너드 문화가 반드시 죽어야 하는 이유

이 글은 Pete Warden의 2014년 포스팅 (https://petewarden.com/2014/10/05/why-nerd-culture-must-die/)의 한국어 번역본입니다.  오역 및 오타 지적은 환영합니다. 공유는 링크나 RT로 부탁드립니다. (비고: 20일 18시부로 nerd->덕후->너드 로 수정하였습니다 )

나는 MUD를 하면서 처음으로 여친을 사귀게 되었고, 그녀를 직접 만나려면 7000마일(11265 킬로미터)의 거리를 날아가야 했다. 내가 Jargon File의 출력본을 15살 때 처음 읽은 뒤 그건 내 성서로 자리잡았다. ‘인터넷’ 의 정의를 읽자마자 난 그게 세상을 뒤바꿀 것이라 알았고, 웹 이전에도, 유즈넷, ftp, 고퍼의 경이로움을 체험하기 위해 지역 대학의 컴퓨터 연구실에 숨어 들어가 빌린 계정을 사용했었다. 진학할 대학을 고른 이유는 튜링(역주: 앨런 튜링) 이 한 번 교편을 잡은 적이 있고, ARM 칩의 디자이너가 강의하는 과목을 들을 수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처음으로 얻은 직업은 디아블로 오리지널을 플레이스테이션으로 이식하는 작업을 보조하는 일이었고, 그 뒤 5년을 게임을 만들면서 보냈다. GPU 프로그래밍에 흠뻑 몰두했다. 거의 20년을 큰 테크 기업이나 스타트업에서 일해왔다. 그저 코딩하는 게 좋아서 셀 수 없는 시간을 코드 짜는 데 보냈다. 아직 던전 앤 드래곤즈를 플레이하는 성인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하고 싶은 말은, 나는 ‘너드’(역주-원문은 nerd)라는 것이다. 영국 시골에서 자라는 외로운 십대였던 나는, Portrait of J. Random Hacker를 읽고 흥분과 자각의 충격을 받았다. 아직 만나 본 적은 없었지만, 어딘가에 나 같은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도 희망을 얻었다. 대학을 졸업한 뒤 긱으로의 비뚤어진 자부심을 품은 사람들은 몇 발견하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그런 사람은 매우 드물었고 주류 문화와도 아주 동떨어져 있었다. 아무도 내가 왜 대학을 졸업한 뒤 급여가 형편없는 걸 알면서도 은행이 아니라 게임 프로그래밍 관련 직업을 택했는지 이해하지 못했고, 내가 컴퓨터 직종에 종사한다고 하면 많은 사람들은 눈빛을 흐렸다. 나는 몇 년에 걸쳐 SF, 만화, 게임, 컴퓨터 등 관심사가 같은 친구 그룹을 만들었다. 우리를 한데 묶어 준 건 ‘너드 문화’ 이며, 그들의 지지는 생명줄과도 같았지만, 여전히 관심사가 같은 사람은 찾기 어려웠고, 우리는 여전히 문화적 주류에서 멀리 동떨어져 있었다.

근 10년이 지나고, 상황은 변했다. 만화의 영화화는 할리우드에서 가장 안전한 도박이 되었다. <반지의 제왕> 과 <왕좌의 게임> 은 판타지를 누구나 부끄럼없이 즐길 수 있는 장르로 바꾸어 주었다. 아마도 가장 중요하게는, 너드들은 이제 돈, 권력, 지위를 갖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크고, 빠르게 성장하는 회사들은 우리에 의해 돌아가고 있고, 주류 문화는 우리를 깔보기보다는 우러러보기 시작했다. 스타트업은 섹시하다. 우리는 승리했다.

그리고 문제는 바로 이 지점이다. 여전히 우리가 반란군 연합인 듯 굴고 있지만, 우리는 이제 제국군이다. 우리는, 외부자들을 무시하며, 다른 누구도 우리를 믿지 않을 때조차 자신들을 믿음으로써, 이 위치에 서게 되었다. 지난 10년 간 우리의 방식이 크게 옳았고 비평가들이 틀렸음이 증명되었고, 따라서 우리의 귀를 막는 습관은 더 굳어졌다. 우리가 표면 아래에서 뭘 하는지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다며, 이 문화의 비평가들을 공격하는 게 이제 일종의 결속 의례로 자리잡은 듯하다. 그런 폭언도 예상 독자가 손에 꼽을 만할 정도로 몇 안 되는 포럼 회원 뿐이었을때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똑같은 반사적 행동이라도 너드들이 진짜 권력을 쥐고 있을 때엔 대규모의 문제가 된다. ‘게이머게이트’ 는 내가 게이머임을 부끄럽게 만들었지만, 비평하는 사람을 공격하는 기저행동은 우리의 문화에서 언제나 존재했고, 용서되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야말로 무서운 일이다. 나는 상황이 대규모로 부풀려져서 강간과 살해 협박까지 치닫자 충격을 받았고, 인텔과 같은 주류 회사가 우리가 가하는 압력을 대면하고 결국 태도를 굽히는 것을 보았다.

그래서 나는 마크 안데르센의 첨언-실리콘밸리는 너드들이 쥐고 있고, 너드들은 ‘브로’(역주: 원문은 bro. 일번역판은 ‘체육회계’. 분위기를 주도하고 파티를 좋아하고 시끄러운 체육계열 남자 무리들.)들의 자연적 적이라는 말이 틀렸다고 느꼈다. 물론, 우리는 브로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거나 무시돼왔지만, 그건 우리에게 돈이나 힘이 없을 때 얘기였다. 우리는 이제 지위가 있고, 브로들은 우리들을 갈굴 대상이 아니라 친구로 대할 준비가 되어 있으며, 사실 우리가 그들을 ‘브로’ 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나는 여러 VC 펌에서 일했는데, 많은 파트너들은 비즈니스나 파이낸스 경력자들이었다. 물론 거기엔 너드들도 있었고, 그들은 문화를 장악했지만, 한편 프레피 MBA들과도 완벽히 잘 지냈다. 같은 원칙이 테크 업계 전체에도 적용된다- 그들은 20년 전 우리에게서 빵값을 갈취하려고 했을지도 몰라도, 그들은 지금 우리가 엔지니어링을 해 주는 동안 행복하게 경영-산업을 운영한다.

너드 문화에서 내가 사랑하는 점 중 하나는 증거와 사실 확인을 중시한다는 것이다. 내가 코드를 최적화할 때, 어떤 부분이 가장 느릴지 짐작한 것은 대개 어긋났고, 그래서 무언가를 고치려 시도하기 전에 우선 진단부터 하는 법을 습득하기 위해서 힘든 길을 걸었다. 이건 컴퓨터를 다루는 데 핵심 기술이고, 우리의 직감은 이런 비인간적 영역에선 잘 작동하지 않기에, 회의주의는 습관으로 자리잡는다. 나는 정작 우리가 우리 자신에 대한 증거와 직면했을 때 그런 버릇을 어떻게 그렇게 쉽게 버릴 수 있는지 보고 놀랐다. 충분히 많은 모든 통계에서 컴퓨터 과학 학위를 얻거나 엔지니어로 일하는 여성의 비율이 80년대보다도 낮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 업계는 인종, 계급, 젠더 면에서 매우 불균형적이고, 불균형은 점점 악화되고 있다.

나는 해답을 알고 있다고 주장할 생각은 없지만, 뭔가 매우 잘못돼가고 있다고 자각하는 데 소셜저스티스워리어여야 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심지어 Jargon File에도 인정되어 있는 부분이지만, 표현을 달리하자면, 해커들도 정기적으로 좆같이 굴곤 한다. 나쁜 행동을 용인하는 관습이 깊숙이 뿌리박혀 있으면, 사람들이 이상해지리라고 상상하는 게 미친 비약일까?

돌아보면, 우리가 구축한 문화는 뭔가를 해방하는 혁명으로부터 억압적인 의무로 변화하고 있다. 우리는 마법적 장치를 만들었지만, 보통 사람들이 그것을 사용했을 때 일어나는 위험으로부터 그들을 보호하는 데에 관해선 신경쓰지 않는다. 우리는 뛰어난 해커가 될 자질이 있는 어린이들이 모든 성장 단계에서 방치되어 있어도 신경쓰지 않는다. 우리는 우리가 세상을 파괴할 때 누군가 패배해서 쫓겨나더라도 신경쓰지 않는다. 그저 승자만(대개 우리와 비슷해 보이는)을 (신경쓴다).

나는 늘 우리가 주류보다 더 고결하기를 바라왔지만, 그저 우리는 해악을 일으킬 만한 권력이 부족했던 것 뿐이었다. 따돌림당한다는 뿌리깊은 인식은 타인에 대한 괴롭힘을 정당화하는 비뚤어진 수단이 되었다. 그래서 나는 너드 문화에 종결을 고한다. 그 덕분에 멋진 일도 일어났지만, 오늘날에 이것은 문제로 너덜너덜해진 레거시 코드베이스의 기어다니는 공포와 마찬가지다. 오직 하나의 이성적인 결단은 너드 문화에 반대를 선언한 뒤 더 나은 것을 구축하는 것이다.

더 나은 것은 무엇일까? ‘메이커 운동’은 우리가 간과했던 어린이들을 처음부터 품고 간다는 점에서 내게 희망을 준다. 미래가 어찌되건, 가장 중요한 점은, 우리가 부끄럽지 않은 인간(decent human being)으로 존재하는 데에 지금보다 훨씬 더 높은 가치를 매겨야 한다는 것이다. 서로의 좆같은 행동을 용납하는 것을 멈춰야 하고, 그건 너드 문화의 핵심이나 마찬가지이므로, “궤도에서부터 모든 것을 폭격하는 게 가장 확실한 방법” 일 터이다. (역주: 원문은 ‘에일리언’ 시리즈의 대사.) (역주: 마지막 문장은 다음과 같다:  Our toleration of asshole behavior must end, and it’s such an integral part of nerd culture that nuking the entire thing from orbit is the only way to be s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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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Comments

  1. 흥미로운 글을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이해를 위해 덕후로 번역해주셨지만, 일본과 한국에서 오타쿠의 지위와 여기서 말하는 서구 너드의 지위가 틀린지라 공감하기 힘들어진 부분이 있지 않은가 싶네요; 일본은 근래에 겨우 경제적으로 의미가 있다고 재인식 된 정도고 한국은 그 초자 못 된지라 말이죠.
    그리고 폭력단의 선봉부대라는 의미로 싸움 잘하는 문제학생을 말하던 일진과 현실을 충실히 해 공부 잘하고 연애 잘해 사회 생활 잘 해나가는 사람을 말하는 리아쥬를 같은 개념으로 소개하기엔 너무 다른지라 그 부분도 신경쓰이네요; 이건 세대차이로 요즘의 ‘일진’이라는 단어의 이미지가 서로 다른지도 모르겠지만서도요 (제 이미지에서라면 일진은 일본 속어로 DQN에 가깝다고 느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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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지적 감사합니다. 너드-오타쿠-오덕 용어 선택에 관해서는, 일본어판에서 너드->오타쿠로 번역된것을 참고했습니다. 그리고 한국어로 번역하자면 ‘오타쿠’ 가 아니라 ‘오덕’, ‘덕후’ 라는 용어를 쓰는 게 맞다고 봤습니다. 인터넷문화를 중요시하고 국적 무관하게 이른바 서브컬처를 소비하는 계층이라는 뜻에서요. 오타쿠라고 특정하면 일본의 컨텐츠를 애호하는 사람으로 한정되는 듯한 느낌이 드니까요.
      브로-에 관해서는, 제가 적당한 단어를 못 찾겠어서 무리한 것이 맞습니다. 그 부분은 그냥 사전적 정의와 다른 언어에서의 번역어를 쓰는 것으로 바꾸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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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Integral part of nerd culture’가 그 뒤의 ‘nuking the entire thing ~’을 지칭하는 걸까요? 읽다 보니 오히려 앞부분인 ‘(Our toleration of) asshole behavior’를 뜻하는 것 같기도 해서요.
    ‘Nerd culture must die’라고까지 하는 걸 보면 위 문장은 ‘좆같은 행동(을 용납하는 것)이 너드 문화의 핵심적인 부분이라, 궤도 폭격밖에 답이 없다’는 뜻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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